히터뷰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선발 경쟁자들의 연구 추적하며 '나만의 베스트 모색'
선발연구 의문점 놓고 연구원들 오픈 디스커션과 실험
"탄탄한 사이언스가 좋은 결과 이끈다는 기업문화 굳건"
"논문 발표 장려... 회사 KPI 중 하나가 바로 논문 실적"

이중항체 신약 개발에 특화된 국내 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 1월 글로벌 빅파마 사노피(Sanofi)에 '그랩바디-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을 기술이전 했을 때 K-제약바이오 생태계는 모두 놀랐다.

1조2720억원(계약금 900억원, 단기 마일스톤 540억원, 기타 마일스톤 1조1280억원)에 이르는 '딜 사이즈'에 놀랐고, 임직원 100명 남짓한 바이오텍이 창업 6년 만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또 놀랐다.

ABL301 기술이전 총 계약 규모.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ABL301 기술이전 총 계약 규모.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전체 계약규모 대비 11%에 달하는 선급 계약금(Upfront Payment)과 단기 마일스톤(Near-term Milestones)을 지불하면서 글로벌 빅파마가 기술을 사간 것은 그만큼 에이비엘바이오가 구축한 신약개발 기술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국내 바이오 벤처 기술이전 선급계약금은 대략 2% 선이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다국적 제약기업에게 기술을 이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은 남다른 전략 수립과 실행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중항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후발 주자였던 에이비엘바이오는 앞선 주자들의 연구 결과를 유일한 솔루션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들의 연구에서 발견한 의문점을 파고 들어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의 자격을 갖춰 나갔다.

경쟁사와 견줘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클래스 내 베스트 치료제'를 만드는 원천인만큼 에이비엘바이오는 앞선 주자들의 연구 흔적을 뒤쫓으며 끊임없이 정말 그럴까? 왜? 라는 질문을 던졌다. 연구원들은 과학적 상상력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실험으로 검증하며, 독자적 연구 가설을 입증했다.

IGF1R은 이상적인 BBB 셔틀 타깃.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IGF1R은 이상적인 BBB 셔틀 타깃.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집단지성이 발휘된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BBB 셔틀로써 IGF1R 수용체(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를 선택한 것인데, 이는 사노피와 빅딜의 핵심체가 되었다. 제넨텍이나 로슈, 디날리 테라퓨틱스 같은 선발 경쟁자들은 10여 년 전부터 인체 내 철분 이동에 관여하는 트랜스페린 수용체(transferrin receptor)를 BBB 셔틀로 확정하고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모색했다.

막강한 경쟁자들이 밀고 있는 트랜스페린 수용체에 대해 회의(懷疑)를 거듭하던 에이비엘바이오는 IGF1R 수용체의 가치를 실험을 통해 확인하면서 이들과 갈라져 다른 길로 가기로 결정한다. 바이오텍의 본질처럼 도전과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BBB(혈액뇌장벽, Blood-Brain-Barrier)는 뇌에 이물질 전달을 차단해 뇌세포 조직을 보호하는 생명현상의 아주 고마운 존재지만, 동시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신약개발 연구자들에게는 '통곡의 장벽'으로 여겨져 왔다. BBB는 퇴행하는 뇌조직을 치료하는 선한 목적의 치료물질이라고 해도 잘 봐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BBB 셔틀 IGF1R 수용체를 주목하고, 신약 개발의 열쇠로 삼게 됐을까? 어느 천재 연구원의 번뜩이는 과학적 영감으로부터 시작됐을까? 그렇지 않다. 문제를 풀어내려는 매우 성실한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발견한 단서를 실험으로 입증하며 몇 센티미터씩 전진한 끝에 빚어낸 열쇠였다.

"선발주자들의 논문에 트랜스페린 리셉터로 실험했더니 마우스가 기절한다는 언급이 있었고, 우리의 재현 실험에서도 같은 케이스를 확인했죠. 몸 안에서 철을 운반해 주는 이 수용체가 항체로부터 계속 공격받으며 철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추정을 하게 됐어요."

에이비엘바이오의 정체성을 '사이언스 비즈니스'라고 규정하는 이상훈 대표는 "어떤 연구가 나오면 그 결과에 주목하면서도 결과 못지 않게 디스커션 부문에 한 두줄 언급된 의문을 해석해 풀어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다른 BBB 셔틀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였다. "원래 리뷰 논문 등에서 가장 유력한 BBB 셔틀 타깃은 트랜스페린 수용체라고 기정사실화 돼 있었죠. 그렇지만 그 같은 논문의 디스커션 부분에는 IGF1R도 잠재적으로 가능성 있는 BBB 셔틀일 수 있다는 짧은 언급도 있었거든요. 우린 실험으로 검증해 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어라는 것을 우리가 실제로 풀어낸 것이죠."

그랩바디-B 플랫폼은 경쟁사 대비 더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그랩바디-B 플랫폼은 경쟁사 대비 더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에이비엘바이오는 여러 번 실험을 통해 IGF1R이 이상적인 BBB 셔틀 타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경쟁사와 견줘 인체 다른 조직보다 뇌 미세혈관과 뉴런세포에서 IGF1R과 결합한 이중항체가 특이적으로 더 많이 발현되고, 사람의 뇌 미세혈관(BMV)에서 질병과 연령에 관계없이 균일하게 발현되는 것을 입증했다.

여기에 가치를 더한 강점은 경쟁사 대비 훨씬 긴 반감기(Half-life)다. "이중항체를 혈관주사 하면 처음에는 경쟁사 것이 뇌 조직으로 더 많이 들어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양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비해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는 많은 양이 지속적으로 들어갑니다. 긴 반감기 때문이죠."

'너희는 이것 모를거야'라며 공동개발자가 보내준 이메일을 받은 후 이중항체 반감기를 늘려야 브레인으로 더 잘 들어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이어갔다는 이상훈 대표는 "이중항체가 제 기능을 하려면 뇌 세포조직이라는 저수지에 지속적으로 펌프질을 해 이중항체를 공급해 줘야 하는데, 우리 이중항체는 반감기가 길어 계속 펌핑을 할 수 있지만, 경쟁사 것은 반감기가 짧아 펌핑해 줄 항체가 혈중에서 말라 버린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이중항체가 장작불 같다면, 에이비엘바이오 이중항체는 오랜시간 지속되는 화롯불이었다.

실제 긴 반감기는 동일계열 이중항체 신약들이 시판됐을 때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요소로 베스트 인 클래스 가운데 베스트를 결정짓는 카운터 펀치나 마찬가지다. 환자가 2주에 한번 주사를 맞는 것과 4주에 한번 주사를 맞는 것은 비용 측면이나 환자 편의성 측면서 큰 차별성을 갖기 때문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늦게 나온 시알리스가 선발 비아그라에 대해 비교우위를 갖게된 것도 긴 반감기에 있다.

기술이전 외에 달리 매출을 일으킬 상품이 없고, 건강기능 식품같은 부대 사업으로 매출을 일으킬 의향조차 없는 사이언스 기반 바이오텍, 에이비엘바이오는 지금은 콤패스 테라퓨틱스로 합병된 트리거라는 회사에 신약후보물질을 이전하고 '사기꾼 아니냐' 같은 험한 소문이 돌때도 자신들이 정한 스탠스를 풀지 않았다.

"국내 시장에서 정말?"이라는 의구심이 따랐지만 '연구자들의 열린 토론'을 통해 '에이비엘바이오 웨이(Way)'를 걸었고, 결국 사노피 빅딜로 그들이 옳았다는 통쾌한 결말을 얻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연구원들은 해마다 글로벌 학회 발표와 SCI급 논문을 발표하며 특화된 이중항체 기업의 인지도를 글로벌에 알리고 있다. 논문에서 밝힌 연구가 임상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에게서 만나자는 연락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빅딜을 일으킨 그랩바디-B는 물론 그랩바디-T, 그랩바디-I까지 플랫폼 기술 위에서 파이프라인을 축적하고 있다.

재무안정성을 추구하는 에이비엘바이오.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재무안정성을 추구하는 에이비엘바이오. 사진=에이비엘바이오 IR 자료집

에이비엘바이오의 비즈니스 방향성은 선명하다. ①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②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③ 신약 파이프라인을 쉼없이 빌드업하며 ④ 다시 기술이전으로 재무안정성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다. 올해 이상훈 대표의 에이비엘바이오는 침체 국면에 빠진 K-제약바이오생태계에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라는 영감을 되살려 주고 있다. 히트뉴스는 과학자에서 벤처 창업가로 성장한 '이상훈 대표의 길'을 되짚어 보았다.

 

수줍은 많은 소년에서 과학자로 성장한 이상훈 대표

이상훈 대표는 기자에게 회사 파이프라인을 설명하며 과학적 성취를 스스로 즐기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감 넘치는 이 대표의 모습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인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반장 한 번 되지 못한 수줍음 많은 소년이었다. 반전 매력이라고나 할까.

서울대에서 생물교육학, 동물발생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1989년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오하이오주립대 분자세포생물학 박사 과정 재직 중 하버드 메디컬 스쿨(Harvard Medical School) 연구소의 해롤드 드보락(Harold Dvorak) 그룹에서 'Angiogenesis(혈관신생, VEGF)' 연구에 매진하며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았다. 이는 향후 ABL001(콤패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 파이프라인 개발로 이어진다.

하버드 연구소에서 경험을 쌓은 이 대표는 1998년 스탠퍼드 메디컬 스쿨(Stanford Medical School) 연구소로 적을 옮긴다. 그는 "스탠퍼드 연구소에서 종양 혈관과 관계된 'Angiogenesis(FGFR)'를 연구했다"며 "창업이 활성화된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커리어 패스가 있다는 것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8년(1982년~2000년) 동안 과학자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바이오 벤처의 대표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스탠퍼드 지도교수가 저를 가리키면서 팀 스피릿(Team Spirit)이 있다"며 "교수의 길을 걷지 말고 산업체에 진출하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지도교수가 언제 발아될지 모르는 하나의 밀알을 그의 마음속에 떨어트려 놓은 것이다.

 

글로벌 바이오텍 연구원서 파멥신 공동 창업
그리고 도전한 한화케미칼에서 맛본 '쓰라림'

18년 간 과학자로 살았던 이 대표는 2000년 카이론(Chiron, 현재 Novartis)에서 도비티닙(Dovitinib, 신생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다수의 RTK 저해제) 연구에 관여했다. 2004년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에 합류한 이 대표는 단일클론 항체(mAb) 관련 공동 프로젝트 리더를 경험했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은 훗날 에이비엘바이오 파이프라인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연구원 생활을 마친 뒤 이 대표는 2005년 제넨텍(Genentech)에 입사했다. 제넨텍 입사 전까지 연구팀 리더만 경험했던 그는 "제넨텍에서 바이오마커, 약리학에 관한 업무를 맡았고, 총 10개의 IND(임상시험계획) 파일링을 담당했다"며 "임상팀과의 중개 역할을 배웠고 이 과정을 통해 시야를 넓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엑셀리시스(Exelixis)에서 마지막 최고연구원 커리어를 마친 후 2009년 유진산 박사와 함께 파멥신을 공동 설립했다. 그는 "파멥신에서 글로벌 시장의 요구, 재무 예측, 프로젝트 및 타임라인 등을 관리하는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그 때는 삶의 일상이었지만, 훗날 돌아보니 바이오텍 창업을 위한 공부였다.

파멥신을 떠나 이 대표는 2013년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 신약개발 그룹의 잠재성을 목격했지만, 안타깝게도 입사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한화그룹은 바이오사업을 철수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한화케미칼 시기는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14명으로 시작한 에이비엘바이오, 자신의 색채를 입히다

한화케미칼에서 인생의 쓴 맛을 본 이 대표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시밀러 연구진과 의기투합해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창업했다. 14명으로 시작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아이디어 하나로 벤처캐피탈 투자금을 유치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창업 단계부터 코스닥 상장까지 우정 같은 파트너십으로 동행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창업 초기 IR(기업설명회)을 진행할 때, T세포 활성화를 유도하는 4-1BB(T세포의 공동자극 수용체) 물질을 투자자에게 어필했다.

연구를 거듭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암 세포가 존재하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T세포의 활성을 유도함으로써 기존 4-1BB 단독항체의 간독성 부작용을 극복한 그랩바디-T 플랫폼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파이프라인 2건(ABL503, ABL111)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에이비엘바이오는 두 개의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그랩바디-I와 ABL301 빅딜의 기반이 된 그랩바디-B를 구축, 이를 활용한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에 합류한 14명의 연구원은 이 대표의 글로벌 빅파마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오픈 디스커션(Open discussion)'을 중요시 여기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자유로운 오픈 디스커션이 발달했다"며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치열한 토론이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연구원들에 아낌없는 투자도 하고 있다. 그는 "박사 출신 연구원은 1년에 한 번씩 해외 학회로 보내고, 석사 출신 연구원은 2년에 한 번 해외 학회로 보낸다"며 "회사에서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사이언스에 대한 열정과 뜻을 같이한 우수한 임직원들이 펼치는 오픈 디스커션은 오늘날 에이비엘바이오의 모습을 만들었다. 이는 사노피와 ABL301 빅딜을 체결한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회사는 BBB 셔틀(IGF1R)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인 ABL301을 임상 1상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2상부터 사노피가 단독으로 ABL301 임상을 주도한다.

인터뷰 내내 '사이언스'를 강조한 과학자이자 경영인인 이상훈 대표. 이 대표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우수한 파이프라인 개발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상훈 대표 프로필

■ 학력
△서울대학교 생물교육학 학사
△서울대학교 동물발생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학교 Molecular, Cellular and Developmental Biology 박사

■ 경력
△2016.06 ~ 현재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2013.11 ~ 2016.06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 총괄
△2009.12 ~ 2013.11 파멥신 공동설립, 부사장
△2008.02 ~ 2009.10 Exelixis 최고연구원
△2005.08 ~ 2008.01 Genentech 최고연구원
△2004.12 ~ 2005.07 AstraZeneca 최고연구원
△2000.05 ~ 2004.12 Chiron(현재 Novartis) 최고연구원
△1998.01 ~ 2000.05 Stanford Medical School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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