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히트
의료 패러다임 변화... 깊어가는 당국 급여관리 고민

한정된 건보재정과 신약의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굵직한 신약들의 지난 급여과정을 보면, 2017년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혁신적인 신약 등의 프레임을 내세워 면역항암제가 국내 도입될 때도 진통이 있었다. 키트루다의 약값은 286만원, 옵디보 132만원이었으나 연간 소요재정으로 추산된 금액이 각각 1000억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초고가 논란을 불어왔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주가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스핀라자의 첫해 투약비용은 환자 1명당 5억5415만원, 이후 2억 7000만원대로 낮아지지만, 상한금액이 9236만원으로 1억원에 달했다. 

물론 언급된 신약의 약값은 어디까지나 표시가격이기 때문에 실제가격과 다르지만 약값은 점점 비싸졌고, 이제는 억대 치료제가 급여권에 진입했다. 3억6000만원의 초고가 약, 첨단바이오의약품 1호, 원 샷 치료제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킴리아는 등장부터 주목을 받았다. 체내 면역세포를 꺼내 항체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암세포에 특이적인 키메릭 수용체를 발현시킨 뒤 다시 주입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들어, 한번의 치료로 완치를 꿈 꿀 수 있다며 '꿈의 항암제'라고도 불렸다. 

기대가 높은 만큼 킴리아의 급여를 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소아 및 성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과 성인 림프종(DLBCL)에 사용되는 킴리아는 작년 3월 보험등재를 신청한 후 급여결정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업계에서 생각하는 통상적인 신약등재 기간과 비교하면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했다. 재정분담 벽에 부딪혀 수차례 암질환심의위원회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약도 있으니 말이다. 

근거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등 떠밀리듯이 결정된 것은 아닌지 일말의 우려는 있지만, 그럼에도 킴리아는 유전자 치료제의 본격적인 등장을 예고했고, 고가의 유전자 치료제 급여 물꼬를 텄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신속한 급여등재 기준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제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의 급여논의가 진행 중이다. 졸겐스마의 약값은 25억원에 달한다. 작년 10월 보험등재 신청한 유전성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는 9억5000만원으로 알려진다. 앞으로 나올 유전자 치료제 약값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약가, 신속 등재요구, 환자의 접근성과 한정된 재정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치료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온 것은 완치율을 높이려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개발에 기인한 것이지만, 거꾸로 이러한 약제들의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이 제약사들의 고가치료제 개발을 한층 더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건보재정 약제비 지출에 있어 사회적 합의 기준 설정, 불확실성을 해소할 사후관리 등 합리적 방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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