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계획 없는 임상시험 승인 신청이?
빈 서류에 식약처 업무과중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거나"
빈 가이드에 업체는 발만 동동 "일단 비우고 내세요 팁도"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주요 영역으로 디지털치료기기(DTx)가 주목받고 있지만 인허가 과정에서는 골칫덩이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필수 검토서류 중 하나인 임상시험 계획서가 부실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인허가 과정을 위해서는 임상시험 관련 자료가 필요하며, 이 임상시험을 위해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첫 과정에서 임상시험 계획서가 허술하게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최근 일부 디지털치료기기 업체의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계획서가 제목만 명시돼 있거나 누락된 경우가 있다며, 사전심사제도가 있음에도 이 같은 미비한 신청으로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상시험 계획서 부재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거나"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 의료기기 원활한 시장진출을 위해 본 심사 전 필수 제출서류 검토 및 이해를 돕기위한 사전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무분별한 임상시험 승인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기술문서에는 회사소개, 해외자료 등 수백에서 수천페이지 분량이 통으로 접수되면서 임상시험계획서는 제목만 명시돼 있거나 공란인 경우가 일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과잉 친절행정의 패러독스 현상이다.

임상시험계획서 필수 항목
임상시험계획서 필수 항목

그가 추정하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실제로 몰라서 비웠거나 보완조치를 통해 구체적인 수정 방법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나 임상시험 계획서 작성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으나 보완조치를 받음으로써 현재 보유중인 서류의 완결성, 미비된 자료 리스트를 명확하게 하기위한 용도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업체가 정식 절차를 밟게되면 이는 민원사항이 되고 국가기관인 식약처는 자료들의 구비유무와 관계없이 민원사항을 확인 후 이에 대한 답변을 해야한다. 식약처의 심사인력 부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상황에서 보완 조치가 눈에 보이는 서류 검토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업무부담 간소화와 업체 편의를 위해 2019년 사전상담 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건너뛰는 사례가 최근 발생하고 있어 심사업무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임상시험 계획서 가이드 부재 "일단 비우고 내세요 팁도"

업체들은 개발 중인 제품 임상시험 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디지털치료기기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 개발중이지만 질환별로 치료법이 달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질환과 그렇지 못한 질환들에 따라 가이드 유무가 다르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불면증, 약물중독 등 해외 시판사례가 있고 국내에서도 빠르게 개발이 시작된 품목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나 그렇지 않은 질환들, 고혈압, 당뇨병, 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가이드라인이)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찾아도 답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 역시 문제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다른 관계자는 "관련 단체나 전문가, 임상시험 대행기관을 찾아도 뚜렷한 계획서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우선 나머지 제출하고 보완 조치를 활용해 구체적인 답을 찾으라는 조언 만을 듣는다"며 "대부분 DTx 업체들은 임상시험이나 인허가 관련 인력이 부족해 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공황장애, 우울증 가이드라인 출시 예정"

이같은 업계 목소리에 대응하기위해 식약처는 빠른 시일 내에 공황장애, 우울증 등 많은 개발이 시작되고있는 디지털치료기기 가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디지털치료기기 특성에 따라 질환·치료법이 다른만큼 질환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현재 가이드 라인이 발표된 불면증, 약물중독 관련 디지털치료기기 외에도 공황장애, 우울증,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등 디지털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말 모르기 때문일까? 
일부 관계자들은 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 승인 및 임상시험 지정 신청 과정이 너무 쉬운 것이 문제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쉽게말해 수수료가 없어 부담없이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의료기기 임상시험 계획 승인 및 임상시험기관 지정 신청 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기위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 입법을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수료 부과 등의 경우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현재 입법은 난항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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