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컨설턴트 박재철 상무가 보는 BIO USA ②

"초기 혁신신약, 중국계 바이오텍에 이전기회 늘어
거꾸로 글로벌 빅파마와 빅딜에선 치열한 경쟁자"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박재철 상무.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박재철 상무.

2021년 하반기부터 침체된 제약/바이오 섹터의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며 미국, 중국, 일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 개발부터 허가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상장 여부를 막론하고 지속적인 자금조달은 바이오텍의 숙명과도 같다. 물론, 개발중인 파이프라인이 두둑한 계약금을 받고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이전 되거나 공동개발 파트너를 찾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생기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 대비하여 글로벌 제약사가 연간 도입하는 파이프라인의 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모든 산업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라 했다. 신약개발 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수요 대비 높아진 공급의 숨통을 틔워준 것이 바로 중국이었다. 2015년 이후 중국의 바이오텍과 대형 제약사가 글로벌 파이프라인 도입을 확대한 것이 국내 바이오텍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의 둔화 가운데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과연 지속될 것인가? 결론은 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 있겠으나 기조는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China Summit이 이번 BIO2022의 포문을 열었고, Super Session이라고 불리는 가장 큰 발표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참여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CTIC Capital의 매니징 파트너인 얀홍 린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 헬스케어 벤처캐피탈의 투자 금액은 2019년 24억 달러에서 2020년 87억 달러로 급증했으며, 2021년에는 96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올해 1분기에 17억 달러로 급감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홍콩 IPO 시장의 침체에 있었다.

BIO2022에서 CTIC Capital 발표 장면. **필자제공
BIO2022에서 CTIC Capital 발표 장면. **필자제공

이러한 금융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혁신 신약을 흡수하려는 중국의 행보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중국 바이오텍의 글로벌 기술이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CTIC Capital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3.4건에 불과했던 중국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건수가 2020년에 21건으로 증가했고, 2022년 상반기에만 13건의 딜이 이루어져 올해도 스무 건 이상의 딜이 무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평균 딜 사이즈는 6억2000만 달러, 선급금은 평균 2000만 달러로 딜 규모도 우수하다.

중국에서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이 증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제약사 경험을 보유한 많은 중국계 인력이 본국으로 돌아오거나 해외 중국계 기업에서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제약사와 바이오텍은 해외에서 허가 되었거나 임상 후기에 있는 위험이 낮은 파이프라인을 도입하여 중국 내에서 조기에 상업화 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이들은 2015년을 전후로 더욱 적극적으로 신약개발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혁신신약에 대한 도입을 확대했다. 중국 신약개발 기업의 기술 도입 건수는 2016년 19 건에서 2017년 35건으로, 2018년부터는 연간 70건 전후로 급증했다. 비단 도입 건수 뿐만 아니라 평균 딜 규모도 커지면서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은 국내 바이오텍 기업에 두 가지를 시사한다. 우선 혁신 신약의 개발 초기에 중국계 바이오텍에 기술이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중국 바이오텍은 대규모 자본과 인력,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파이프라인 도입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글로벌 제약사와 빅 딜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 바이오텍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행보가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신규 창업의 선순환이다. 빅파마의 바이오텍 인수 사례가 늘어나고, 피인수기업의 창업 멤버였던 중국계 경영진은 그 경험과 자본을 바탕으로 최근 수 년간 새로운 회사를 재창업했다. 이러한 신규 창업 바이오텍은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벤처캐피탈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지하며 다양한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ArriVent BioPharma도 그러한 회사 가운데 하나이며, 다양한 항암제 파이프라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ArriVent의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Dr. Bing Yao는 과거 AstraZeneca의 면역항암제 사업과 MedImmune의 면역질환 분야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다 2018년 Viela Bio를 공동 창업했다. Viela Bio는 3년 뒤인 2021년 Horizon Therapeutics에 30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이후 다수의Viela Bio 경영진이 ArriVent에 합류하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BIO 행사에서 다양한 중국 기업 및 투자자와 미팅을 진행하며 여전히 그들의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및 투자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국내 제약사와 딜을 했던 경험이 있는 한 바이오텍은 항암제를 넘어 면역질환 및 신경계 질환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으며, 다른 한 곳도 지속적으로 기술도입을 위해 초기 파이프라인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제약사의 CVC는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업을 투자하는 위험 자본으로서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었다.

파트너링 행사장 모습
파트너링 행사장 모습

비단 혁신신약 뿐만이 아니었다. 중국의 한 중소 제약사와 미팅을 통해 한국의 보툴리눔 톡신 및 필러 등 미용성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많은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 기업과 제휴를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중국 기업이 각 지역별로 집중하는 특성이 있기에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기회가 있다고 한다.

금융시장이 어려워 진 가운데 BIO와 같은 글로벌 사업개발 컨퍼런스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특히 3년 만에 대면 미팅으로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K-BIO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재철 상무는 누구?

10년 이상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벤처캐피탈에서 투자자로 활동했고, 2018년부터는 현앤파트너스코리아에서 제약사 및 바이오텍의 경영 및 사업개발 분야 자문을 하고 있다. 이번 BIO22 컨퍼런스에서도 40여개의 비즈니스 미팅에 참여하는데, 그 후기를 히트뉴스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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