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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에 빠진 'SL백시젠' 개발팀 김원상 대리와의 '석호정' 방문기

SL백시젠 개발팀 김원상 대리 
SL백시젠 개발팀 김원상 대리 

사극에 늘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성문을 두고 양 진영 사이로 쏟아 지는 화살비, 멀리 떨어진 적의 장수를 저격하는 장군의 활솜씨. 우리나라는 '활의 민족', '주몽의 후예'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활과 친숙하고 또 동경이 DNA에 박혀있다.

일반적으로 활하면 떠오르는 건,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휩쓰는 양궁 선수단의 모습일 것이다. 한 발, 한 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낼 때마다 우리 국민은 두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하고, 불타오른다.

올림픽 등 매체의 노출 빈도로 양궁이 더 친숙할 수 있지만, '활'을 다루는 우리나라의 고유 무예는 '국궁'이다.

해외에서 도입된 양궁과 달리 정작 우리나라 고유 무예인 '국궁'은 왜 거리감이 느껴지고, 어렵게만 생각될까. 국궁을 배우기 위해선 어디로, 누구에게 찾아야 하는걸까. 

<끝까지 HIT>는 백신 치료제 개발 업체 SL백시젠 개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원상 대리를 찾아 국궁을 체험했다.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서울미래유산(2013-155호) '석호정'

김원상 대리는 2011년부터 국궁을 시작해 지금까지 취미로 즐기고 있는 '궁사'다.

운동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다는 김원상 대리는 중·고등학교 때 스키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겨 울 부상과 함께 스키를 그만두게 된다.

"부상으로 무릎수술을 받고 나니 활동적인 운동을 하기 어려웠어요. 운동을 멈추게 되니 온 몸이 녹스는 느낌이 나며 견 디기 힘들더라고요."

김 대리는 볼링, 암벽등반, 검도 등 본인에 맞는 운동을 찾던 중 어느 날 남산 산책로를 거닐다 '석호정'이라는 활터를 보게 됐다. 그렇게 그의 '국궁' 인생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SL백시젠 개발팀 김원상 대리 
SL백시젠 개발팀 김원상 대리 

그가 국궁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본인의 부상으로 역동적인 운동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국궁이 가지고 있는 정적인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석호정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머리에 꽂혀 활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범님께 부상당한 어깨와 무릎 상황에도 국궁을 시작할 수 있는지 여쭤봤고, 전반적인 단련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자마자 바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었죠.”

흔히 활은 등으로 쏜다고들 말한다.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그의 말을 인용하자면 '발로 땅을 잡고 있는 것처럼 발바닥부터 둔근까지 힘을 쥐어짜야 한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국궁은 양궁과 달리, 기마 상태에서 쏘는 무예 기반 활쏘기로 말을 하체로 꽉 감싼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하체를 비롯, 상체까지 힘이 들어가는 전신 운동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국궁이 육체 단련 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과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는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뽑았다.

"보통 활터들은 산이나 강, 즉 자연 속에 있어요. 문명과 동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화살이 한 발 한 발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자기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근대 정립된 활에 대한 원칙을 담은 '집궁제원칙'이라는 지침에 '발이부중 반구저기(發而不中 反求諸己)'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말로, 항상 활을 쏘면서 과녁에 제대로 맞지 않았을 때 '내가 뭘 잘못했지' 라는 생각을 하고 파악해 피드백하라는 의미에요."

즉, 몸은 활을 당기고 화살을 날려 보내면서도 마음은 쉬지 않고 잘못된 것은 없는지 자아성찰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말로 들어도, 어려운 국궁의 세계. 기자는 직접 김원상 대리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활터인 석호정에 방문해 활 쏘기의 절차·활터의 전경 등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김 대리와 찾은 서울시 장충동 소재 석호정은 산책로 한 가운데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145m 거리에 있는 과녁은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지만, 활을 쏘는 순간까지 궁사는 오로지 과녁에만 집중한다.

활을 쏘는 사대부터 과녁까지 길게 뻗은 145m의 사거리 전경은 그야말로 한 편의 그림과 같았다. 남산 중턱에서 펼쳐진 색다른 전경에 주변 관광객들도 시선을 뺏기고 그 모습을 지켜보다 아쉽게 돌아섰다.  

석호정을 찾는 궁사들이 활을 쏘는 순간은 적막함과 긴장감이 함께 공존한다. 기자도 숨을 참고 그들이 활을 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이윽고 한 발 한 발 화살이 튕겨지는 소리에 뒤이어 과녁에 맞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육안상 과녁까지 거리는 멀게 느껴졌고, 과녁은 보일 듯 말 듯 희미했다. 화살의 크기는 생각보다 컸고, 집중해도 궤적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속도가 빨랐다.

동진동퇴, 사대에 입장 시 함께 들어가고 발시 후 질서를 지키며 함께 퇴장한다는 의미다.
동진동퇴, 사대에 입장 시 함께 들어가고 발시 후 질서를 지키며 함께 퇴장한다는 의미다.

각 '정'에 따라 규칙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석호정은 사대에 서서 각 궁사들이 한발씩 번갈아가며 1순(5발)씩 3번 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로테이션이 돌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3순을 모두 쏜 뒤 기둥에 매달려 있는 알림종 타종 뒤 다 같이 화살을 회수하러 간다. 

모든 발사가 끝난 후 화살을 회수하기 위해 함께 이동한다. 회수하러 가는 시간도 자아성찰과 명상의 시간이다.
모든 발사가 끝난 후 화살을 회수하기 위해 함께 이동한다. 회수하러 가는 시간도 자아성찰과 명상의 시간이다.

회수하러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산을 오르내리듯이 정해진 옆길을 따라 과녁까지 이동한 뒤 화살을 수거해야한다. 산을 타는 데 익숙치 않은 기자는 숨이 찼지만, 궁사들은 그 와중에도 여유와 사색에 잠긴 모습이었다. 아마 본인이 쐈던 화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해진 활쏘기 시간이 끝나고, 옆에 마련돼 있는 연습용 사대에서 기본적인 국궁의 사법을 배워 체험했다.

김 대리의 활 무게는 36파운드. 활 무게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했다. 낑낑 대며 그의 활과 같은 무게를 시도하다 활 시위를 제대로 당기지도 못하고, 가장 가벼운 연습용 활을 집어들었다. 그 마저도 초보 국린이(?)에게는 버거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호기롭게 활시위를 당겼지만, 전신의 떨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는 호기롭게 활시위를 당겼지만, 전신의 떨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습용 사대는 20~30m 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안전과 과녁에 맞는 느낌을 위해 10m 거리에서 도전했다.

왼손으로 활을 파지하고, 오른손으로 활시위와 화살을 거치시킴에 있어서 손가락에 암깍지라고 하는 도구를 이용해 활 시위와 화살을 걸쳐놔 튕긴다. 화살과 시위가 맞닿는 오니, 화살 깃의 위치 등 생각보다 모든 것이 정해진 룰대로 였다.

첫발을 쏘고, 과녁에 화살이 닿는 순간 들리는 공명음에 소름이 돋고 혈액순환이 됨을 느꼈다. 이런 느낌에 국궁을 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는 찰나 김원상 대리가 본인이 처음 쐈을 때 느꼈던 점을 공유했다.

가까이서 본 과녁은 성인 남자가 올려봐야 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뒤에 위치한 점멸등이 명중여부를 알려준다.
가까이서 본 과녁은 성인 남자가 올려봐야 할 정도의 크기를 자랑했다. 뒤에 위치한 점멸등이 명중여부를 알려준다.

"제일 처음 한 순을 다 맞춘 순간인 '몰기' 그리고 그에 따라 '접장'의 칭호를 받았을 때도 기억에 남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초일중'이에요. '땅'하고 퍼지는 소리는 모든 궁사들이 잊지 못하는 순간이 아닐까요." 초일중은 사대에 올라가서 생에 처음 과녁을 맞춘 순간을 말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국궁을 배우고 싶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 야 할까.

"새로 국궁을 배우고 싶은 분이 있다면, 활터를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담당 사범에게 배우는 게 좋아요. 석호정을 통해 배우고 싶은 분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두 달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추천드려요."

두 달간 16시간 교육 후 개인 장비를 구매해 예약 후 쏠 수 있다. 이 교육은 코로나19로 중지됐다가, 지난 5월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또한 국궁은 각 정에 따라 절차와 이용에 차이가 있다. 석호정을 기준으로 평일은 2시간 간격으로 서울시 공공 서비스 예약코너에서 예약할 수 있다. 한 시간대에 이용 가능한 인원은 10명 정도다. 평일은 5번, 휴일은 4번 시간대를 운영한다.

활쏘기는 개인 심신수련 외에도 단전 단련을 통해 호흡기능 및 혈액순환과 자세 교정에도 도움을 준다. 최근 이런 장점들이 알려져 교육이 개설되자마자 바로 매진 되는 등 관심이 늘고 있다.

같은 시간 대 석호정을 찾은 50대 직장인 최석 씨는 "국궁은 전신운동이며, 발바닥 용추혈부터 힘을 끌어올려 활을 쏘는 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육체뿐만 아니라 심신도 단련된다"며 "서울 석호정과 경기 천마정 등 개방형 정들이 있으니 많은 직장인분들이 국궁을 경험해 보시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가 직장인들에게 국궁을 권유하는 이유는 이렇다. "회사에서 업무로 머리가 잠시도 쉴 수 없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아등바등하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자연 속에서 국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직장인인 기자도 머리속을 채우고 있던 일상의 잡념들을 국궁 화살에 담아 남산 중턱의 과녁에 털어 넣고 복귀했다. 성찰의 시간, 육체적인 단련 두 마리 토끼를 담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국궁에 도전해보는 것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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