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유통업계, 히트뉴스 보도에 이의 제기
 
"인슐린, 마진없어 배송 안 한다? 못하는 것"
유통 "생산성 30% 이하 감소... 현실 감안 절실"
'안전성과 원활한 공급' 사이 균형을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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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다 마진? 의약품유통업계 기업윤리 어디갔나" 제목의 22일 히트뉴스 보도와 관련, 의약품 유통업계 인사들이 "절대 그런 게 아니다"며 반박성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콜드체인 규정강화로부터 비롯된 인슐린 수급 불균형에 관한 의약품 유통업계의 의견을 모아봅니다. 편집자.

인슐린 배송이 원활하지 않아 환자 불편이 상당하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의약품의 안전한 배송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과도기라고 보기엔 환자 불편과 희생이 너무 크죠. 유통업체들도 생물학적제제규칙 중 수송 규정, 일명 '콜드체인'이라는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아 안타깝습니다. 

일부에선 유통업체들이 콜드체인을 시행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를 보전할 만한 마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마치 인슐린 배송을 거부하는 것처럼 말합니다.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유통, 특히 비난의 대상이 된 대형업체들은 수억,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췄거나 갖추고 있어요. 그리고 규정에 맞게 생물학적 제제를 더 많이 배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생산성이 너무 낮아졌습니다. 단지 콜드체인을 도입해서죠.

인슐린 배송 과정을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물류창고에서는 인슐린 제제 정온화를 위해 PCM(상변화물질, Phase Change Materials)을 72시간 동안 3~4℃로 맞춰둡니다. 이렇게 해야 일주일 이상 2~9℃ 사이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거든요. 벌써 PCM만 보관하는 냉장창고 하나가 별도로 필요하겠죠? 박스에 PCM 6개를 제품 주변에 육각형 모양으로 배치하고 온도계를 설치합니다. 보통 온도계가 아닌, 온도 변화를 측정해 모두 저장하는 USB장치가 달린 온도계입니다. 포장이 끝났다고 바로 들고 나가는 게 아니에요. 나가기 전 30분~1시간 가량 온도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한 후 배송이 나갑니다. 배송이 시작되면 '시작' 버튼을 누릅니다. 그럼 기록이 시작되죠.

이렇다 보니 인슐린 하나 포장한 박스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해요. 10~20kg정도죠. 주문이 10개면 박스를 10개를 차에 실어야 합니다. 각 박스 별로 온도 측정,기록이 모두 되도록이요. 박스가 크다보니 한 번에 10개를 싣지도 못해요. 한번에 2~3개가 최선입니다. 또 워낙 무거워 배송기사들이 정말 힘들어해요. 약국에 낑낑대며 가져갑니다. 약사가 조제나 복약상담 중이면 기다려야 합니다. 약사의 온도확인과 서명이 필요하거든요. 수령과 동시에 '정지' 버튼을 누르면 약사는 온도 이상 유무를 확인해 수령합니다. 약사가 이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 거죠. 

준비부터 배송, 확인까지. 아이스팩과 스티로폼으로 포장해 약국 여러 곳을 한 번에 배송할 수 있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겁니다. 비교가 불가해요. 이렇다 보니 유통 효율은 엄청 떨어졌죠. 생산성이 저하되는 겁니다. 콜드체인을 모두 갖춘 A사를 예로 들면, 100군데 배송하던 걸 지금은 30군데 밖에 못한다고 하네요. 

안 하는 게 아닙니다.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처럼, 이전만큼 못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직업 윤리와 도덕성만을 강조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의약품 안전성이라는 목적에 유통업체들도 동의합니다.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생산성이 너무 낮아져 예전만큼 못 하는 것이죠. 제품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규제가 너무 엄격해진 겁니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생물학적 제제 배송 요일을 정하고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양을 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약국 입장에서는 제도 시행 이전에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 중 받아볼 수 있던 것을, 이제는 일주일 중 정해진 하루에서 이틀 정도만 받을 수 있게 됐어요. 그렇다고 약국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전보다 재고를 많이 주문하기도 어려워요. 생물학적 제제는 보관도 어렵지만 반품이 되지 않거든요. 재고가 남아 폐기처분하면 고스란히 약국 손해입니다. 인슐린 공급이 어려워진 이유가 이해 되십니까.

그나마 A사는 대형 유통사로 수십억 원을 들여 콜드체인 체계를 갖춘 업체입니다. 중형 이하 대다수 업체는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동네약국에서 인슐린 공급 차질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동네약국이 주로 거래하는 중소형 도매업체들이 생물학적 제제 유통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마진이 적어서가 아닙니다. 생산성이 30%로 줄어든다는 것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 의약품을 이전처럼 모두 공급하기 위해 나머지 70%의 의약품 배송을 포기한다는 의미입니다. 의약품 70% 공급이 어려워진다? 더 큰 문제이지요.

유통업계도 계도 기간 내에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수차례 대화를 하고 있지만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우선 생물학적 제제 중에는 상온보관이 가능한 것들도 상당수인데, 일괄적으로 모두 2~8℃ 내 보관 배송은 무리한 규정임에 틀림 없죠.

사실 '수송'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 안 됩니다. 택배는 하루 이상 걸리지만 지금 의약품 유통 체계는 주문부터 의약품 수령까지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아요. 오히려 요양기관이 수령해 보관하는 시간이 더 길죠. 하지만 요양기관은 보관 온도 관리 규정이 없습니다. 일부에선 이런 규제 때문에 유통업체가 배송하지 않고 요양기관에게 가져가라고 합니다. 요양기관이 수송하면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니까요.

요양기관에 보관하고, 환자가 수령해 가져가는 시간까지 철저히 '정온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규정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이는 요양기관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또 생물학적 제제의 관리가 까다로운 정도로 등급을 나눠 등급 별 콜드체인 규정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상온보관 △15℃ 이하 보관 △2~8℃ 보관 등으로 나눠서 말이죠. 그럼 콜드체인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제품이 상당수 줄어들어 유통업체는 지금보다 생산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한편으로는 온도를 지키라는 규제보다 제대로 된 제품,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라고 하는 게 현실적이기도 해요. 온도만을 기준 삼으면, 온도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온도계 숫자를 거짓으로 기재하는 등의 꼼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콜트체인 관련 제품도 워낙 다양하고 품질이 천차만별입니다. 인증된 제품을 쓰도록 하는 게 현실적이면서 안전배송이라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봐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시스템 구축에만 해도 굉장히 큰 비용이 들고, 또 굉장히 많은 교육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직원이 실수를 하면 해당 의약품은 전부 폐기해야 하니까요. 또 행정처분으로 바로 이어지니 철저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많은 중형 이하 유통업체들이 생물학적제제 유통을 포기하려 합니다. 당장 큰 비용이 드는데다, 지금까지 해온 유통 체계를 전부 새로 구성해야 하니까요.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유통사 중에도 콜드체인 규정을 지키는 곳으로 생물학적 제제가 쏠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이는 생물학적 제제, 냉장 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약국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겠죠. 취급 약국은 문전 또는 대형 약국일 수 밖에 없을 거고요. 무리한 규제 강화는 '동네약국 활성화'라는, 큰 틀의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도 맞지 않는 방향입니다. 더 많은 계도 기간과 더 많은 교육, 준비과정이 필요합니다. '언제부터 시작한다'고 밀어붙일 게 아닙니다.

결국 핵심은 '제품의 안전성'과 '원활한 공급'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가 될 것이라 봅니다. 철저한 관리 규정에 너무 함몰되어 지금과 같이 환자들에게 적시적소에 의약품을 신속하게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선 안됩니다. 누구라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긴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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