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배진건 박사(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유전자 가위의 세계적인 석학 김진수 교수,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A) 염기 교정 도구 세계 최초 개발"

배진건 박사
배진건 박사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다. 2017년 6월 2일 메디게이트뉴스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기로 정하고 처음 나온 작품이 '질병 타깃으로 부상한 미토콘드리아'이다. 미토테크(Mitotech)란 유럽의 바이오텍 회사가 2017년 4월 말 발표한 '레버유전시신경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읽고 LHON 새로운 치료제 임상연구를 소개했다. 임상에 사용한 SKQ1은 강력한 항산화제 플라스토퀴논(plastoquinone)에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배달 가능하게 하는 전달물질을 붙여서 미토콘드리아에 생성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한 저분자 합성물질이었다. 멋지게 디자인했기에 첫 칼럼에 소개했다.

2013년 1월에 종방된 '드라마의 제왕'에서 주인공 앤서니 김(김명민 분)이 드라마 끝부분에서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지는 증상 때문에 안과 검사를 받는 장면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멀쩡한 주인공을 작가가 곤경에 빠뜨리는 것 아닌가 의심하지만 김명민이 진단받은 병명은 바로 LHON이다. 이 드라마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도 병명이 알려졌다. 병명은 1871년 처음으로 보고한 독일의 안과의사 테오도르 레베르(Theodore Leber)의 이름이 붙어졌다.

LHON은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특별한 통증도 동반되지 않아 환자가 알아채기 힘든 질병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후 몇 개월 이내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양쪽 시력을 모두 상실한다. 

'LHON은 왜 이삼십대 남성에게 많을까?' 모계(母系)로 내려온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일반 세포핵 속의 DNA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반씩 받아 교차를 통해 한 사람의 유전형질이 결정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교차가 일어나지 않고 어머니로부터만 유전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LHON 환자가 얼마나 될까? 미국 통계를 보면 해마다 100명의 환자가 LHON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고 하니 인구 비례로 계산하면 대한민국에서는 해마다 20명 정도가 발병하여 시력을 잃을 것 같다. 미국에서만 이미 4000명의 환자들이 존재하고 온 세상에는 3만5000명 정도의 LHON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매주 쓰는 칼럼이라 6월 첫 칼럼의 내용을 거의 잊고 지내던 필자에게 11월 말 회사로 전화가 왔다.  LHON 때문에 시력을 잃어가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 '진OO'라고 하셨다. 칼럼을 읽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드린단다. 군대를 다녀온 아들의 왼쪽 눈은 이미 실명 상태이며, 오른쪽 눈도 급격히 나빠져 핸드폰의 큰 메시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해 12월 8일엔 경남 거창에서 보낸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21살의 아들에게서 8월 경부터 LHON이 진행돼 현재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우연히 내 칼럼을 보게 돼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이렇게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두 아버님 모두 SKQ1의 약재를 구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법이 없는가를 물었다. 계속 다른 LHON 환자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해드릴 것이 없었다.

현재 LHON의 유일한 치료제는 2015년 9월에 샌더라 파마슈티칼(Santhera Pharmaceuticals)의 '렉손(Raxone)', 일반명 '이데베논(Idebenone)'이 유럽에서 승인돼 시판되고 있다. 150mg 용량 180 캡슐의 시판 가격이 1200만 원이기에 결코 싸지가 않다. 무엇보다 실명을 더디게는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영등포 '김안과'에서 두번째로 열리는 '레버유전시신경증' 환우회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2019년 7월 13일 김안과에 도착하자 병원의 규모에 놀랐다. 그냥 김안과가 아니다. 8층 건물의 병원은 상당히 컸고 바로 옆에 같은 크기로 이어서 지은 망막병원까지 개원하면서 일반 안과뿐만 아니라 망막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환우회 모임에 2018년 가을 첫 모임에 참석한 30명의 두 배의 환자와 가족들이 모였다. 환자가 더 많아진 것은 아닐 텐데 환우회모임에 대한 관심이 커져 더 모인 것이다. 필자도 카톡으로만 연결되었던 분들을 직접 만나는 감격의 조우도 있었다.

순서는 총무 인사로 시작해 'LHON 최신치료'에 관해 건국의대 신현진 교수의 강의에 이어 '이데베논 복용법'에 대해 서울의대 이행진 교수가 말씀하셨다. 필자는 유전자 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시각재활과 일본환우회 소식'을 이 모임을 강력히 후원하시는 김안과병원의 김응수 선생의 말씀이 끝나고 '환우회 회의 및 친교'에 들어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하며 눈물의 소식을 공유했고 지역별로 나눠 토론하고 같이 일할 담당자를 선임했다. 오후 5시가 넘게까지 진행됐다. 

필자는 2018년 12월 5일자 프랑스의 젠사이트 바이올로직스(GenSight Biologics) 보도자료(Press Release)를 바탕으로 소개하였다. 유전자 치료제인 GS010의 임상 1상과 2상을 마친 결과, 2.5년의 임상추적을 통해 치료제의 안전성과 함께 LHON이 시작된 지 2년 미만인 환자의 시력이 좋아졌다는 보도자료였다. 이 기술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에 결여됐던 단백질을 회복시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단지 염려되는 것은 'NADH 탈수소효소'(NADH Dehydrogenase)에 관련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중에서 ND1, ND4, ND6의 유전자가 변형됐을 때 LHON이 시작되는데, 이번 임상시험에 쓰인 GS010은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LHON환자 75%가 해당하는 G11778A ND4 변이 형태에 적용된 것이어서 ND1이나 ND6 변이 형태의 환자라면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3년이 빠르게 흘러갔지만 세번째 '레버유전시신경증' 환우회 모임은 코로나19로 인해 막혀버렸다. 필자도 LHON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깜깜한 터널을 지나며 갑자기 LHON 환자의 볼 수 있는 새로운 희망(Eyeing opportunities)의 빛이 보인다. 유전자 가위의 세계적인 석학 김진수 교수가 페북 메시지를 통해 가장 유명한 과학저널의 하나인 'Cell'에 출간된 논문을 보내주셨다. "Targeted A-to-G base editing in human mitochondrial DNA with programmable deaminases" [Cho et al., 2022, Cell 185, 1764–1776 May 12, 2022]

유전체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교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 편집이 가능한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 TALED는 TALE DNA 결합단백질을 활용하여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A) 염기 교정 도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95개 가운데 90개는 DNA 염기 하나가 변이된 '점 돌연변이'이다. 점 돌연변이를 원래 염기로 교정하면 대부분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2020년 미국 브로드 연구소 데이비드 리우 교수 연구팀이 세균에서 유래한 DddA 탈아미노 효소를 이용해 개발한 'DdCBE'(DddA 유래 시토신 염기 편집기)가 유일한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 교정 기술이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시토신(C) 염기를 티민(T)으로 교정하는 기술이지만, 점 돌연변이 9개(10%)만 고칠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김진수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TALE DNA 결합단백질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DNA 이중나선의 시토신·구아닌(C/G) 염기쌍을 티민·아데닌(T/A)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기에 이번 아데닌(A) 염기 교정 기술로는 점 돌연변이 39개(43%)를 고칠 수 있다. 기존 DdCBE 염기 교정 기술보다 더 다양한 변이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LHON 환자들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희망은 이베데논을 넘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교정이다. ~80% 환자들이 지닌 ND1, ND4 2개의 유전자 변이[m.3460G>A, m.11778G>A]는 A-to-G 교정을 해야만 교정 가능하다. 이번 'Cell'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LHON 환자들이 다시 볼 수 있는 희망이 태양처럼 떠올랐다. 빠른 시기에 이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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