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 칼럼 | 2차 환자안정종합계획에 거는 기대

2016년 7월 27일 ‘종현이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이 시행되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안전법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할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잠재적 환자안전 위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의료 질 향상에 기여'라는 비전 아래 '환자안전관리 인프라 구축 및 환자안전사고 보고 활성화, 환자안전 실태분석을 기반으로 지표 개발 및 이를 통한 성과관리체계 구축, 환자안전 역량 강화, 환자안전 R&D 투자 확대, 환자안전문화 형성'이라는 5대 목표를 세웠다. '환자안전 보고학습 시스템 구축·활용, 국가 단위 환자안전 관리 인프라 구축, 환자안전 개선활동 지원, 환자중심 안전문화 조성'을 4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문제는 이 중에서 환자와 환자보호자 대상의 참여나 교육, 홍보를 내용으로 하는 추진전략은 '환자중심 안전문화 조성사업'뿐이라는 사실이다.

 

 

환자참여와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 평가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는 '환자안전 전담인력, 보건의료인, 보건의료기관의 장, 환자보호자, 환자'가 할 수 있지만 실제 환자와 환자보호자의 자율보고 비율은 극히 저조하다. 2022년 환자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연내 총 자율보고 건수 1만3919건 중에서 환자안전 전담인력(69.3%), 보건의료인(25.2%), 보건의료기관의 장(5.3%), 불명확(0.1%)를 제외하면 환자와 환자보호자는 26건(0.2%)에 불과하다. ‘환자안전의 날‘이 2018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지만 환자와 환자보호자 참여가 거의 없고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의 환자안전사고 예방활동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38건의 보건복지부장관의 환자안전 주의경보가 발령되었지만 내용이 어려워 환자와 환자보호자가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 5년 동안 추진된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은 보건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 중심의 환자안전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었을 뿐 환자참여를 기반으로 한 '환자중심 안전문화 조성사업' 추진 성과는 낙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에 포함되어야 할 주요 내용

현재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될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에는 환자안전 관련 환자와 환자보호자 참여 및 대환자·대국민 환자안전 교육 강화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

➀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계속 문제로 지적된 것이 환자와 환자보호자에 의한 자율보고 비율이 극히 저조한 것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주체에 환자와 환자보호자를 대변할 수 있는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등 '단체'를 포함해야 한다. 환자안전법상 ‘환자안전활동’이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 보건의료인, 환자, 환자의 보호자 및 관련 기관·법인·단체가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해 '단체'의 환자안전활동 주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안전법 시행규칙상 환자안전사고 보고 주체로 ‘보건의료인, 보건의료기관의 장, 전담인력, 환자, 환자 보호자’만을 규정하고, ‘비영리민간단체의 장, 소비자단체의 장’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안전사고를 당한 환자와 환자보호자는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이나 소송 준비로 정신이 없다. 이런 상황에 동일·유사한 환자안전사고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율보고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의료사고 관련 상담을 하는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에서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환자와 환자보호자 대신 자율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➁ 환자안전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약사 또는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후 일정기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한 사람을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업무를 전담해 수행하는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면 정부에서 재정 인센티브인 ‘환자안전관리료’를 주고 있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병원에서 환자안전활동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등의 '단체'도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둘 수 있도록 국가에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전국의 많은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에서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대환자·대국민 환자안전 활동을 수행한다면 우리나라의 환자안전 역량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➂ 환자안전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이 '환자안전관리료'를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환자안전위원회에 환자와 환자보호자 참여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환자안전법상 '환자안전위원회'와 비슷한 성격의 연명의료결정법상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는 위원 중 의료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종교계·법조계·윤리학계·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사람 2명 이상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와 환자보호자도 환자안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환자안전활동 참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➃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은 2017년 1월 24일 "흡수성 체내용지혈용품사용 후 감염 발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8건의 환자안전 주의경보을 발령했다. 문제는 환자와 국민의 눈높이 수준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발령된 환자안전 주의경보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장관이 발령된 환자안전 주의경보 내용을 환자와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 가능하도록 안내문, 카드뉴스, 동영상, 웹툰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문해력(literacy)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

질환별 특성을 고려해 해당 환자와 환자보호자 대상으로 특화된 환자안전활동을 개발해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➅ 환자와 환자보호자가 병원 내 환자안전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는 연구도 추진해야 한다. ➆ 환자와 환자보호자는 오랜 투병과 간병을 통해 다양한 환자안전사고 예방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모사업을 통해 이러한 환자안전 관련 지혜를 모아서 전체 환자와 환자보호자에게 공유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➇ 환자와 환자보호자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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